국가데이터처가 10월 2일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9% 올라 8월의 3.1%보다 오름폭이 줄었습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물가도 함께 낮아졌지만, 낮아진 이유를 들여다보면 물가 부담이 풀렸다고 보기는 아직 이릅니다.
한국은행은 7월 16일과 8월 27일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려 지금 3.00%입니다. 물가 상승률을 뺀 실질 기준금리는 0.1%포인트에 그쳐, 10월 2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이번 물가 숫자가 금리 판단의 재료가 되는 셈이죠.
9월 물가가 낮아진 이유
근원물가는 날씨나 국제 정세에 따라 값이 크게 흔들리는 식료품과 에너지를 빼고 계산한 물가입니다. 몸무게를 잴 때 물 한 컵 마신 직후보다 아침 공복 몸무게가 실제 변화를 더 잘 보여 주는 것과 비슷한데요, 9월 근원물가 상승률은 2.8%로 8월 3.4%에서 내려왔습니다.
하락의 상당 부분은 통신비에서 나왔습니다. 통신 물가는 8월 1년 전보다 16.6% 높았다가 9월에는 2.0%로 내려왔는데, 작년 9월 통신 물가지수가 한 달 새 15.4% 뛰어오르면서 비교 기준이 갑자기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을 기저효과라고 부릅니다. 기저효과는 비교 대상인 작년 숫자가 유난히 낮거나 높아 올해 상승률이 실제보다 크거나 작게 보이는 것을 말하는데요, 지난 시험을 망친 학생은 이번에 평소 실력만 내도 점수가 크게 오른 것처럼 보이는 것과 같습니다.
반대로 오름세가 이어진 곳도 있습니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14.8%, 외식을 뺀 개인서비스는 4.3% 올랐고 해외단체여행비와 보험서비스료도 크게 뛰었습니다. 통신비 효과를 걷어 내면 서비스 가격의 오름세가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기준금리보다 먼저 움직인 국고채 금리

국고채는 정부가 돈을 빌리며 발행하는 채권이고, 3년물은 3년 뒤에 갚는 채권입니다. 위 그래프에서 국고채 3년 금리는 1년 전 9월 평균 2.464%에서 올해 9월 평균 3.991%로 올랐는데, 같은 기간 기준금리 인상 폭은 0.5%포인트였습니다.
채권 금리는 앞으로의 기준금리를 미리 끌어다 반영하는 성격이 있습니다. 일기예보를 보고 비 오기 전에 우산을 챙기는 사람처럼, 국고채 금리는 작년 10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첫 인상 넉 달 전인 3월 평균에 이미 3.378%까지 올라 있었습니다.
연휴 전 마지막 거래일인 10월 2일 국고채 3년 금리는 3.937%로 9월 평균보다 낮게 마감했습니다. 물가 발표가 나온 날 금리가 내려간 것은 추가 인상 기대가 조금 누그러졌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지만, 하루 움직임만으로 방향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물가에서 대출과 환율까지 이어지는 길
물가가 가계의 지갑에 닿는 길은 보통 세 단계를 거칩니다. 아래 표는 단계마다 무엇이 연결되고, 이번에 확인한 숫자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정리한 것입니다.
| 단계 | 연결 고리 | 확인한 숫자 |
|---|---|---|
| 물가 | 물가가 높으면 기준금리 인상 압력이 커진다 | 9월 소비자물가 2.9%, 근원물가 2.8% |
| 시장금리 | 기준금리와 인상 기대가 국고채 금리로 번진다 | 기준금리 3.00%, 국고채 3년 3.937% |
| 대출·환율 | 시장금리가 대출금리로, 금리 차가 환율로 이어진다 | 원/달러 매매기준율 1,359.6원 |
시장금리가 오르면 은행이 돈을 마련하는 비용도 늘어 변동금리 대출 이자가 뒤따라 움직입니다. 이번처럼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먼저 올랐다면, 대출 이자 부담도 기준금리 인상 폭보다 일찍 체감될 수 있습니다.
환율에서는 한국 금리만 보지 않고 미국 금리와의 차이를 함께 봅니다. 한국 금리가 오르면 원화 자산의 매력이 커져 원화를 받치는 힘이 되지만, 미국 금리가 더 빨리 오르면 그 효과는 줄어듭니다. 10월 2일 원/달러 매매기준율은 1,359.6원이었습니다.
다음에 확인할 점

가장 가까운 일정은 10월 22일 금융통화위원회입니다. 기준금리를 3.00%에서 그대로 두면 9월 물가 둔화를 확인하며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한 번 더 올리면 석유류와 외식 제외 서비스의 오름세를 더 무겁게 본 것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다음은 11월 3일 나오는 10월 소비자물가입니다. 통신비 효과가 빠진 뒤에도 근원물가가 2%대 후반에 머무는지, 서비스 물가가 9월처럼 2%대 후반 오름세를 이어 가는지가 이 글의 해석을 확인하는 기준이 됩니다.
이 블로그는 절대 특정 종목의 매수나 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확인해보세요 : 10월 2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과 11월 3일 국가데이터처의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서 근원물가가 2%대 후반을 유지하는지 확인해 보세요.
— 한국은행, 국가데이터처
※자료출처
